산후조리와 산후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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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와 산후병

산모는 아기를 출산하면 일정한 산욕기産褥期를 가지게 됩니다. 산욕기는 태아, 태반 및 그 부속물을 만출한 후에 생식기관이 비임신 상태로 회복되는 데 필요한 일정한 기간을 말합니다. 대략 6~8주가 소요됩니다. 우리 조상들은 출산 후 세이레(삼칠일三七日: 출산 일로부터 7일이 세 번 지나는 때) 동안을 금기기간으로 정하고 산모와 아기를 외부세계와 분리하여 보호하였습니다. 세이레 동안 아기는 외부의 부정不淨으로부터 보호되고, 산모는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몸을 추스를 수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도 초이레(첫 7일)가 되어야 아기를 볼 수 있었습니다. 요즈음 같이 분주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방식이지요. 자연의 원리에 순응하며 계절의 변화를 시간 삼아 살던 시절의 이야기 입니다. 한국의 산모들은 이 기간동안 ‘첫국밥’이라 부르는 미역국과 흰쌀밥을 먹는 전통이 있습니다. 조선 후기 사람들의 풍속을 다루고 있는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서는 ‘조선의 산모는 분만 후 4~5차례 미역국을 먹는 풍속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미역은 성미가 부드럽고 연하여 위장을 자극하지 않고 혈액을 맑게 해줍니다. 그리고 어혈을 풀어주고 유즙 분비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서구 문화권에서 특별한 산후조리 실천사항이나 금기사항은 없습니다. 분만 후 건강에 이상이 없는 산모는 2~3일 내로 퇴원합니다. 산후조리 기간이 짧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동양 여성과 다른 서양 여성의 근육 분포나, 열이 많은 서양인들의 체질도 이유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호주에서도 산후 2주간 병원에 입원이 원칙이었고 이후 전쟁으로 인한 의료인 부족으로 예전보다 빨리 퇴원하게 되었다는 연구내용을 보면 국가의 의료정책이 산후조리 문화에 영향을 주었다는 점도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비서구 문화권에서는 보통 40일간의 산후 회복기간을 권장’

비서구 문화권에서는 보통 40일간의 산후 회복기간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아랍지역에서 산모에게는 찬 음식이나 찬 음료는 제공되지 않습니다. 아랍인들은 산모의 뼈가 아직 열려 있어서 찬 음식이나 찬 음료수를 섭취하면 관절염이나 류머티스와 같은 질환을 앓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집안 일은 누군가 도와주며, 산모는 40일간 집에서 휴식을 취하게 됩니다. 중국 문화권(중국, 대만, 홍콩)에서도 산모는 한 달이나 40일 간의 회복기간을 갖습니다. 산모는 외출 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감싸서 바람을 맞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찬물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딱딱한 음식이나 짠 음식을 먹지 못하게 합니다. 고기를 위주로 한 보양식을 먹고 한약을 복용합니다. 아프리카 여성들은 산후 40일 동안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산후조리를 합니다. 산모는 남편과 떨어진 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집을 따뜻하게 유지합니다. 지역은 달라도 산후조리 방식은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산후조리 기간동안 산모들은 다양한 증상들을 호소합니다. 소화불량, 다한多汗, 봉합부위 통증, 부종, 근육관절통증, 유방창통, 변비 등이 대표적입니다. 한방에서 보는 산후병의 원인은 대부분 다허多虛(많이 부족함), 다어多瘀(많이 정체됨)입니다. 분만 중 기氣를 과도하게 소모하고 산도 손상으로 인해 혈血을 소모하면 모든 맥脈은 공허한 상태가 됩니다. 홑껍데기만 남은 몸이 되었다고 표현합니다. 이때는 피부가 성글어서 찬바람을 맞거나 목욕을 하면 사기邪氣(나쁜 기운)가 몸 안으로 들어가 산후풍으로 고생을 하게 됩니다. 딱딱한 음식을 씹으면 시린 이로 고생을 할 수 있고, 근육과 관절을 무리하게 사용하면 만성통증으로 전이될 수 있습니다.

‘분만 중 기氣를 과도하게 소모하고 산도 손상으로 인해 혈血을 소모하면 모든 맥脈은 공허한 상태가 됩니다.’

산후에 복용하는 한약은 기혈을 보하고 어혈을 풀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각각의 약재들은 허기진 몸 구석구석을 찾아가 필요한 것을 채워줍니다. 당귀當歸와 숙지황熟地黃은 보혈작용이 탁월해 혈허血虛를 개선합니다. 익모초益母草는 자궁 혈액의 울체를 풀어주고, 천궁川芎은 자궁근을 수축시켜 오로惡露를 배출시킵니다. 백출白朮과 복령茯苓은 소화관이나 조직 내에 있는 잉여수분을 흡수하고 소변으로 배출시켜 부종을 개선합니다.

 

 

다산多産을 하고도 별다른 산후조리없이 건강을 유지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도 종종 그런 분들을 봅니다. 하지만 젊음과 건강은 자신하면 안됩니다. 자신하는 만큼 과로하게 되고, 쓰는 만큼 잃게 되는 것이 사람의 몸입니다. 특히 산후병처럼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한 경우 돌다리도 두들겨 본다는 마음가짐으로 산후조리에 임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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