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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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도 가끔은 내담자가 상담을 취소하면 마음이 가볍고 좋아질 때가 있다. 한 시간 내내 감정 노동을 해야 하는 데 갑자기 쉰다고 하니 마음의 짐이 일시적으로 덜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잠시는 마음이 가볍지만 그 다음에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왜 오늘 상담을 취소한 걸까? “ “내가 상담을 잘 못해서 내담자가 상담실에 그만 오는 것일까? 변화를 원하면서도 막상 변화를 시도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내담자의 저항 심리일까? 아니면 단순히 정말로 중요한 일이 하필이면 같은 시간, 같은 날에 생겨서 그런 걸까?” 등을 생각해 보면서 만약 내담자가 변화에 대한 저항 심리가 작용해서 상담을 그만 두려한다고 느껴진다면 내담자가 고비를 잘 넘기고 상담을 계속할 수 있도록 상담자의 설득작업을 한다. 왜냐하면  내담자를 존중한다고 해서 모든 내담자의 의사를 그냥받아들이고 그것을 따라가는 것이 때로는 내담자에게 해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억지로 상담을 하지 않겠다는 내담자를 끌고갈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담자의 마음을 탐색하고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과정은 꼭 필요하다.  누구나 목표를 향해 길을 가다 보면 중간에 쉬어가고 싶거나 다른 길로 가고 싶은 충동이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 중간에 함께 쉬어가는 사람이 있으면 다시 일어나서 목표를 향해 같이 갈 수 있고 또 다른 길로 가고 싶은 충동이 있을 때 그 사람을 붙잡아 줄 수 있게 된다. 우리 모두는 우리를 지탱시켜주는 누군가의 도움과 힘이 필요하다.

한 내담자가 자신이 너무 힘들어서 이번 주에 상담을 할 수 없겠다고 한다. 다른 내담자가 그렇게 연락을 하면 위에서 생각한 것처럼 여러가지로 가능성을 두고 나를 돌아보기도 하고 내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도 하는 데 이 내담자는 자살에 대한 위험성이 있는 사람이어서 상담을 할 수 없겠다고 하니 걱정이 많이 되어 많이 우울해지면 자살을 시도하게 될까 봐 염려까지 하게 되었다. 어떤 식으로든 살아서 잘 지내는데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의 정보를 주고 사람들을 연결시켜주는 일들을 시도하며 내담자가 버려진 고아와 같은 혼자가 아니라 그를 염려하고 그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주위에 있음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사실 위기에 처한 상황에 있을 때 사회적 네트워크망이 좋은 사람은 그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주위에 그 사람을 도울 사람이 많기 때문이고 외로움을 상대적으로 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자주 연락을 하는 지인은 70세가 넘은 할머니다. 그 분은 70세가 넘고 남편도 없고 오랫 동안 투병 생활을 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아주 외로울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 분은 전혀 외롭지도 않았고 오랫 동안 투병생활을 잘 벼텨와서 지금은 약간의 약만 복용하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아주 잘 지내고 있다. 이 분이 잘 지낼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하면서 이분에게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사회적 네트워크망이다 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었다. 이 분에게는 이 분을 끔찍히 염려해 주는 아직도 살아있는 노모와 언니, 동생들이 있고 부모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들이 있고 아플 때 자주 찾아와서 자신을 돌봐 주는 친구들이 있고 심심할까봐 바다와 산을 데리고 가는 이웃들이 있었다. 물론, 그 분의 매일의 삶을 응원해주는 필자같은 사람도 그 분의 주위에 있었더 것이 그 분으로 하여금 그동안의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감사하며 평안하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속으로 항암치료 기간을 잘 못버티면 어떻하나 걱정되는 마음이 있었는 데 날로 좋아지는 그 분의 모습을 보는 것이 큰 기쁨이 되었고 아픈 사람들에게 소망을 줄 수 있었다.

‘마약왕’ 이라고 하는 영화는 한국의 발전과 함께 성장한 마약왕의 삶을 그린 영화다. 그 영화를 통해 한 사람이 마약 판매로 인해 얼마나 부를 누리게 되는 지를 보게 되는데 그 부는 잠깐이요. 마약에 의존되면서 소중한 가족과 관계를 잃어버린 주인공은 결국,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는 돈만 있으면 관계들은 다 사라져도 상관이 없고 돈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그가 관계를 다 잃어버리자 그를 염려해주는 사람도 없고 위기가 왔을 때 그의 곁에 남아 있는 사람도 아무도 없게 된다. 이 영화와 마찬가지로 최고의 삶을 살아가다가 한 순간에 몰락한 사람 중에는 갑자기 닥쳐온 큰 사고 때문에 삶이 망가진 것이 아니고 소중히 여겨야 하는 부부 관계에서 신뢰와 사랑을 저버리고 좋은 관계였던 친구나 사업 파트너와의 신뢰를 깨뜨려 버린 것이 결국 불행을 가져오게 된 것을 경험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결국, 사람이 인생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가까운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와 협력이 중요함을 알 수 있게 된다. ‘사람이 힘겨운 당신을 위한 관계의 심리학’의 저자 최광현 교수님은 상처가 어느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가족 안의 오랜 기간 이어지던 아픔과 상처, 트라우마, 그리고 세대와 세대를 통해서 반복되고 있는 불행의 패턴 등 모든 것이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가져오게 한다고 말한다. 작년을 돌아보면 코비드로 인해서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았는 데 반해서  어떤 사람들은 그 상황을 오히려 잘 견뎌내고 즐긴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바로 이런 것은  최 교수님의 설명을 뒷받침해 주는 예가 될 수 있겠다. 코비드가 가정을 망가뜨린 것이 아니라 그 가정 안에 있었던 아픔과 상처, 관계의 어려움이 코비드라고 하는 위기가 드러나게 했고 그것으로 인해 가정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사회적 관계망을 잘 형성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려서 살 수 있을까?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한 가지는 ‘자존감’을 높히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자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 타인에게 보이기 보다는 거짓 자아의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는 사랑스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완벽주의로, 아름다운 외모로, 뛰어난 지식으로 또는 아주 착한 사람처럼 자신을 포장하여 타인에게 자신을 나타내 보인다. 그리고, 자신의 진짜 감정이나 생각은 감추고 사회적으로 용인할 만한 말과 행동으로만 행동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 보이면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할까봐 또는 비난할까봐 또는 거절할까봐 자신의 연약한 모습을 감추며 살아간다. 그에 비해서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타인의 견해나 나의 능력에 나의 가치를 두지 않는다. ‘나’라는 사람 자체가 (신에 의해서 창조된)  존귀한 사람이라고 여기며 나의 생각과 감정을 존중하고 나의 연약한 점과 강점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인정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서 많이 예민하지 않다. 그러므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없음으로 사람에게 잘 다가간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나를 좋아하고 나의 부탁을 들어줄 것이며 나를 존중할 것이다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당연히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을 좋아할 수 밖에 없고 긍정적인 기대를 가지고 다가가니 긍정적 결과를 보게되는 경우가 훨씬 많아지게 된다.

그러므로 사람들과 잘 어울리기 위해서는 나의 자존감을 높이고 나를 사랑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이기적이며 자기 중심적으로 되라는 것이 아니다.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존중하면서 동일하게 나의 감정과 생각도 그 만큼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사회적 관계망을 잘 형성하기 위해서는 의사소통 기술을 잘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이해체계가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의 세계를 잘 이해하고 나의 세계를 소개하고 서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잘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하고 잘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부부 상담을 하다보면 부부의 의사소통 방식에서 대부분 문제가 있는 경우를 많이 발견하게 된다. 정말로 상대방의 말을 잘 들으려고 하기 보다는 자신의 입장만을 자꾸 설명하려고 하고 자신의 입장만으로 상대를 보려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상대의 말을 잘 들을 수가 없는 것이다. 말을 할 때도 상대방이 잘 알아들을 수 있게 오해가 없게 하기 보다 상처가 되게 잘못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말하기와 듣기가 기본이된 좋은 의사소통의 기술을 배우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 된다. 사람은 말 한마디나 억양에 의해서도 쉽게 상처를 받고 상처를 주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사회적 관계망을 ‘자존감’ 향상과 ‘좋은 의사소통’으로 확장시켜 나가는 노력이 우리 모두에게 있기를 소망해 본다.

서미진 박사(호주 기독교 대학 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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