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혈 이야기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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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혈 이야기 1편

이번 칼럼에서는 2회에 걸쳐 사혈瀉血 요법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사람들은 몸에 아픈 곳이 생기면 아픈 부위를 뽑아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뽑아낸다는 행위로 치료가 되지 않더라도 인간의 본능은 아픈 부위를 제거하려 합니다. 사혈은 이러한 인간의 가장 직관적인 생각의 발현으로 생겨난 치료법입니다. 따라서 피를 뽑아서 치료하는 행위는 인류 의학 역사와 궤를 같이합니다.

기원전 475~기원전 221에 편찬된 『황제내경』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동쪽의 지방은 천지가 비로소 시작되는 곳이고 바닷가에 접하여 사람들이 생선과 짠 음식을 즐겨 먹고 거처는 대개 안온하다…. 동방에 사는 사람들은 대개 피부가 성글고 검은색이며, 주로 앓게 되는 병은 종양(종기나 부스럼 같은 것)이다. 그런 까닭에 치료에는 폄석을 이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폄석砭石은 돌로 만든 침입니다. 석침石針(돌침), 침석鍼石이라고도 합니다. 종기를 째는 등의 외과적인 치료를 하는데 사용되었던 의료기구 중 하나입니다. 폄석은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를 거치면서 금속 재질로 바뀌게 되고 오늘날의 구리침銅針·철침鐵針·은침銀針·금침金針이 됩니다. 침도 초기에는 사혈을 위한 도구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동쪽 지방은 한반도를 말하고 폄석은 침의 원형이기 때문에 침술의 역사는 중국보다 한국이 앞선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사혈치료는 서양에서도 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서양 의학사를 살펴보면 사혈 치료가 자주 등장합니다. 기원전 4~3세기 히포크라테스 시대에도 피를 뽑는 치료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그리스뿐만 아니라 페르시아,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인디언들도 동물을 뿔을 이용해 사혈을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사혈의 또다른 형태인 거머리를 이용한 사혈법도 있습니다.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기원전 69년 기원전 30년)는 거머리 치료를 받고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아이를 임신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거머리를 이용한 치료법은 현대에도 활발하게 이용되고 재해석되어 사용되기도 합니다. 현대 의학으로 풀기 힘든 난제들(수술 후 혈액 응고 방지, 혈액 순환 개선, 혈관 재결합 등)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2004년에 미국 식품의약처(FDA)는 거머리를 공식 ‘의료기구’로 승인합니다.

본격적인 사혈 치료를 설명하기에 앞서 어혈의 개념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혈’ 하면 무슨 이미지가 떠오릅니까?

무언가 찐득찐득하고 독성이 있고 검은색에 가까운 색깔… 등을 생각하시겠죠. 맞습니다. 어혈이란 비 생리적인 혈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혈액은 우리 몸을 돌면서 여러 가지 일을 합니다. 하지만, 어혈은 흐름이 지체되고 성상에 변질이 생겨 제 할 일을 못 하는 혈액입니다.

그러면 어혈은 왜 생길까요?

첫째, 외상이나 내출혈로 인해서 생깁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교통사고 등으로 출혈이 생기면 혈맥을 떠난 혈액은 체외로 배출되지 못하고 몸속에서 응결되어 어혈이 됩니다. 인체는 이런 어혈을 자체 필터(비장이 오래된 피를 걸러냅니다.)로 걸러내서 처리합니다. 하지만 노약자나 혈이 부족한 여성은 어혈을 적절히 처리하지 못해 병증으로 옮겨가게 됩니다.

둘째, 오랜 병으로 진액을 소모한 경우입니다. 질병이 오래되면 반드시 정기가 쇠약해지고 혈을 움직여주는 작용이 많이 떨어집니다. 어혈은 몸 안에서 남아서 새로운 피의 흐름을 막습니다. 새로운 피는 움직이지 못하고 어혈이 되고 맙니다. 눈앞에 무언가 어른거리며, 가슴이 잘 뛰고 잠을 깊이 이루지 못하며 이곳 저곳 아픈 곳이 많이 생깁니다.

셋째, 칠정(七情 : 기쁨, 성냄, 근심, 깊은 생각, 슬픔, 두려움, 놀람)에 상하는 것입니다. 기쁨도 지나치면 심장을 상하게 합니다. 성냄은 간肝을, 깊은 생각은 비脾를, 슬픔은 폐肺를, 두려움과 놀람은 신腎을 상하게 합니다. 기가 순조롭지 못한 장기들은 정상적인 혈의 순환에 지장을 줍니다. 순환하지 않는 혈은 곧 어혈이 됩니다.

 

다음 편에서는 부항을 이용한 사혈법과 명의名醫들이 즐겨 쓰는 자락刺絡 요법에 대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모자 한의원 원장 오상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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