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좋은 소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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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좋은 소양인

동서양을 막론하고 타고난 체질에 대한 담론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방법도 여러가지입니다. 대표적인 체질 분류법으로 중국에는 오행의 특징을 가지고 체질을 나누는 체질분류법이 있고, 서양권에는 다혈질, 담즙질, 흑담즙질, 점액질의 유형체질론이 있습니다. 이밖에도 서로 다른 민족들 마다 고유한 체질 분류법이 있을 겁니다. 이 글에서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통용되는 사상체질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사상체질은 이제마(李濟馬, 1836∼1900)가 《동의수세보원》에 기록한 내용으로, 인간의 체질을 장부의 대소를 기준으로 태양인과 태음인·소양인·소음인의 네 가지로 분류하는 것을 말합니다.

 

한의사들은 환자의 상태를 설명할 때 곧잘 사상체질의 용어를 사용합니다. 긴 설명보다 간편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누구는 소음인이야.’라는 한마디에는 ‘그 사람은 신腎은 크고 비脾는 작기 때문에 소화기능이 약하고, 상체보다는 하체가 발달하고, 인삼과 황기를 써야 병을 고칠 수 있는 체질’이라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을 네 가지 체질 중 하나로 나누는 방법이 작위적이긴 하지만 편리한 점들이 많습니다.

이번 칼럼은 전체 인구의 30%를 차지하는 소양인少陽人에 대해서 말해보려 합니다. 소양인은 흔히 상인(商人)에 비유됩니다.  상인이란 장사를 하는 사람입니다. 상인은 고객의 마음을 읽고 기쁘게 해주어야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의 주장만을 강요하지 않고 눈치 빠르게 상대의 마음을 맞춰줍니다. 자신과 가족만을 생각하는 다른 체질과는 달리 남을 돕는 걸 좋아하다 보니 주변에 항상 사람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소양인은 순발력이 강하고 임기응변에 능해 똑똑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 편입니다. 벼락치기 공부에도 능해 평소에 노는 듯 보여도 시험을 보면 좋은 성적을 받곤 합니다. 하지만 지구력이 좋지 못해 끈기 있게 공부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낍니다. 항상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하지만 마무리를 제대로 짓지 못하고 쉽게 포기하는 것은 소양인의 단점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소양인들은 성실보다는 효율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쉽게 공부에 흥미를 잃고 주의력과 집중력이 부족한 소양인 학생들은 작은 목표들을 설정해서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공부법이 주효합니다. 그리고 신장의 음기가 약해 진득하지 못한 아이들은 참선, 단전호흡, 요가 등을 꾸준히 수련하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머리와 가슴에 몰려있는 열을 내리면 집중력과 지구력이 향상됩니다.

소양인은 아침형 인간에 속합니다. 저녁엔 음기가 부족해 일찍 자고 아침엔 양기가 발동해 일찍 일어납니다.  만약 밤과 낮이 바뀌는 생활을 오래 하게 되면 가뜩이나 부족한 음기를 소모시켜 크게 몸을 상할 수 있습니다.

소양인은 소화기관인 비장과 위장은 튼튼한 반면 신장의 기능이 약합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신장은 내분비를 조절하고 생식능력을 주관합니다. 한의원에 난임으로 내원하시는 여성환자분들을 문진 하다 보면 많은 분들이 소양인의 병증병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상체에는 열이 많은 반면 자궁이 위치한 하체는 약하고 냉(冷)합니다. 항상 아랫배가 차다고 호소합니다. 이런 분들은 소양인 체질에 맞는 육미지황六味地黃 계열의 약을 복용합니다. 육미지황탕六味地黃湯은 소양인에게 부족한 신腎의 기운을 채워주고 난임을 극복하게 하는 명방입니다.

소양인은 비장과 위장의 기운이 강합니다. 무엇이든 잘 먹고 무엇이든 잘 소화합니다. 하지만 매운 음식과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으면 위(胃)의 열이 음을 소모해 위음허(胃陰虛) 증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위음허가 심해지면 식욕이 항진되고 과식을 해도 배가 부른 줄 모르고 계속 먹게 됩니다. 소양인의 위열을 다스리려면 보리차, 녹차, 구기자, 카모마일(국화차), 민트 등의 시원한 성질의 차가 좋습니다.

한약을 먹고 탈이 났다거나 홍삼을 먹고 안 좋아졌다는 분들을 많이 봅니다. 대체로 두통, 불면, 가슴 두근거림, 안구 충혈, 혈압상승 등의 부작용을 호소합니다. 이런 분들은 소양인일 확률이 높습니다. 소양인은 소화기관과 상체에 열이 많기 때문에 보양을 하는 약재를 복용하면 열에 열을 더하는 형국이 됩니다. 반드시 체질 전문 한의사의 진단을 받고 한약을 드셔야 합니다.

체질 이야기를 꺼낼 때 마다 조심스러워집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전문가의 진단에 의지하지 않고 자가 체질 진단을 합니다. ‘무슨 체질에 뭐가 좋다, 이렇다면 이 체질이다.’식으로 얘기를 하고 나면 그에 따른 부작용이 항상 나타나는 것을 보기 때문입니다. 자가 진단은 위험한 일입니다. 이 글은 가볍게 읽으시고 정확한 체질 진단을 원하시는 분들은 전문 한의사를 찾으시기 바랍니다.

다음 편에는 소음인에 대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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